‘김건희 수사’ 막는 ‘검찰 파괴 인사’…검찰개혁 압력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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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4-05-19 15:49 조회2,11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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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김건희 수사’ 막는 ‘검찰 파괴 인사’…검찰개혁 압력 커진다
정치권력에 맞서던 ‘검찰주의자’
“자기 여자 지키려는 상남자” 인증
대통령 사익에 취약한 검찰 조직
윤 대통령이 개혁 당위성 보여줘
지난주에 벌어진 가장 놀라운 사건은 검찰 인사였습니다. 정부의 검사장급 인사에 대해 제가 사건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인사의 시기와 내용이 그만큼 이례적이고 파장이 크기 때문입니다.
검사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습니다. 헌법 78조는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공무원을 임면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검찰청법 34조는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하는데 무슨 문제냐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인사권 행사가 배우자의 범죄 의혹 수사를 방해하기 위한 것이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대통령의 권한을 사적 이익을 위해 행사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김건희 여사 수사, 법과 원칙대로?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서 그런지 인사 직후부터 대통령실, 법무부, 검찰 관계자들의 말과 표정 하나하나가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대통령실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검찰 인사 자체는 물론이고 이번 인사가 김건희 여사 방패용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인사 다음날인 14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이런 문답을 주고받았습니다.
―어제 검찰 인사, 총장님과 사전 조율 있었습니까?
“어제 단행된 검사장 인사는…(잠시 침묵) 제가 이에 대해서 더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용산과 갈등설이 빚어졌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아닙니다.”
―김건희 여사 수사 방침에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데요?
“어느 검사장이 오더라도 수사팀과 뜻을 모아서 일체의 다른 고려 없이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서만 원칙대로 수사할 것입니다. 저는 우리 검사들을, 수사팀을 믿습니다. 인사는 인사이고, 수사는 수사입니다.”
검찰청법에서 검사 인사는 법무부 장관이 제청하게 되어 있습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지난 16일 아침 출근길에 기자들과 이런 문답을 했습니다.
―이번 인사를 대통령실이 주도했다는 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건 장관을 너무 무시하시는 말씀 아닙니까? 장관이 인사 제청권자로서 충분히 인사안 만들어서 하는 거지, 대통령실 누가 다 했나요?”
―김건희 여사 수사를 고려한 인사라는 해석이 있는데요?
“이 인사를 함으로써 그 수사가 끝이 났나요? 아니지 않습니까. 수사는 수사대로 진행될 겁니다.”
이창수 신임 서울중앙지검장도 지난 16일 아침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났습니다.
―이번 인사로 명품 가방 수수 의혹 등 김건희 여사 수사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닙니까?
“인사에 관계없이 저희가 해야 할 일은 법과 원칙에 따라 잘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건희 여사 소환 조사 가능성이 있습니까?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서 말씀드리기는 지금 단계에서 어렵지만, 제가 업무를 빨리 파악해서 수사에 필요한 충분한 조치들은 취할 생각입니다.”
이원석 총장, 박성재 장관, 이창수 지검장의 말대로라면 인사 이후에도 검찰의 김건희 여사 수사는 달라지지 않아야 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검찰 인사 뒤 153일 만에 나타났다
인사는 메시지입니다. 민간 기업에서도 ‘오너’나 대표이사는 인사를 통해 조직에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인사를 통해 검찰에 김건희 여사 수사를 그만하라고 메시지를 낸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검사도 사람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뜻이 무엇인지 확인됐는데 검사들이 김건희 여사 수사를 밀고 나갈 수 있을까요?
법무부는 검사장급에 이어 중간 간부급 후속 인사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을 수사 중인 김승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의 교체 여부가 관심사입니다. 두 사람은 지난해 9월 부임했습니다. 만약 두 사람을 교체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수사 중단’ 메시지에 쐐기를 박는 셈입니다.
이번 인사가 얼마나 무리한 것인지는 여러 언론 보도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사 다음날 아침 신문 사설 제목입니다.
“최측근에 맡긴 ‘김건희 수사’, 윤 대통령은 하지 말라는 건가”(경향신문)
“검 ‘김 여사 수사’ 지휘부 전격 교체, 왜 지금 무슨 의도로…”(동아일보)
“김 여사 수사 지휘 라인 전격 교체, 꼭 지금 했어야 했나”(조선일보)
“미묘한 시점에 의구심 키운 검찰 고위급 인사”(중앙일보)
“‘김건희 수사 라인’ 싹 물갈이, 수사 말라는 신호 아닌가”(한겨레)
“‘친윤’ 중앙지검장 인선…김 여사 수사 무마 아니어야”(한국일보)
조선일보는 이 사설로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15일치 신문에 “국민이 믿고 맡긴 권력을 부인 보호에 쓴다는 국민 비판”이라는 사설을 또 실었습니다. 16일치에는 김창균 논설주간이 “대통령 부부의 구명줄, 후배 검찰이 쥐고 있다”는 칼럼을 썼습니다. 17일치에는 최재혁 정치부장이 “이원석 ‘7초 침묵’ 의미는”이라는 칼럼을 썼습니다. 중앙일보는 15일치 신문에 이상언 논설위원이 “검찰 정상화는 꿈이었나”라는 칼럼을 썼습니다. 동아일보는 16일치 신문에 “묵살당한 이원석 검찰총장의 ‘7초 침묵’”이라는 사설을 실었습니다.
이번 인사에 대한 가장 파격적인 평가는 언론이 아니라 홍준표 대구시장에게서 나왔습니다. 홍준표 시장은 인사 다음날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습니다.
“자기 여자 하나 보호 못 하는 사람이 5천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겠습니까? 당신이라면 범법 여부가 수사 중이고 불명한데 자기 여자를 제 자리 유지하겠다고 하이에나 떼에게 내던져주겠습니까? 역지사지해보십시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후보 시절 장인의 좌익 경력이 문제 되었을 때 어떻게 대처했는지 한번 보세요. 그건 방탄이 아니라 최소한 상남자의 도리입니다. 비난을 듣더라도 사내답게 처신해야 합니다.”
어떻습니까? 윤석열 대통령을 감싸주는 것 같지만 사실은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를 보호하기 위해서 이번 인사를 했다는 의혹을 아예 기정사실로 못박은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홍준표 시장의 ‘상남자’ 발언은 며칠 동안 ‘장안의 화제’였습니다.
이 와중에 당사자인 김건희 여사는 지난 16일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 부부와의 공식 오찬에 참석했습니다. 153일 만에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입니다. 김건희 여사의 절묘한 등장 시점은 이번 논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대통령 부부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국민이 느낄 대통령 메시지 ‘검찰개혁’
이쯤에서 한가지 무척 궁금해지는 게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도대체 검찰은 무엇일까요?
윤석열 대통령은 한때 ‘검찰주의자’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2019년 조국 사태 와중입니다. 그는 사시 9수 끝에 검사가 됐습니다. 검사의 눈으로 세상을 읽었습니다. 검사의 심장으로 정치권력과 검찰 수뇌부에 맞섰습니다. 검찰은 그의 인생에서 ‘모든 것’이었습니다. 그런 단순함과 열정으로 정치에 뛰어들었고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그랬던 그가 대통령이 된 뒤에는 검찰을 통치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박정희·전두환 정권에서 그랬듯이 말입니다. 검찰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말 그대로 탈탈 털었습니다. 무리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당했습니다. 급기야 이제는 검찰을 김건희 여사를 보호하기 위한 방패로까지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검사들의 자존심을 짓밟고 말입니다. 한때 검찰주의자였던 사람이 ‘검찰 브레이커(파괴자)’로 변한 것입니다. 검찰을 배신한 것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이런 변신이 검찰개혁의 당위성과 불가피성을 강화하는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대통령들은 검찰개혁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습니다. 임기 5년의 선출 권력인 대통령보다 비선출 권력인 검찰의 조직적인 힘이 더 막강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쩌면 윤석열 대통령이 결과적으로 ‘검찰개혁을 해낸’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김용민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와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가 지난 8일 국회에서 ‘22대 국회 검찰개혁 입법전략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참석했습니다. 토론자들과 양당 지도부는 22대 국회에서 검찰개혁 법안을 6개월 안에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야당의 검찰개혁 법안은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해서 검찰에는 기소권만 남기고 수사권은 ‘중대범죄수사청’(가칭)으로 넘기는 내용이 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문재인 정부 말기에 민주당이 검찰 직접 수사권을 ‘축소’하는 검찰청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윤석열 정부가 시행령으로 이를 무력화했기 때문입니다. 22대 국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도 국민의힘에서 8명만 이탈하면 국회에서 재의결이 가능합니다. 21대 국회보다 검찰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이 더 좋아졌습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역대 정권과 검찰의 관계를 살펴보면 한편의 대하드라마를 방불케 합니다. 초기에 검찰은 군 출신 대통령들의 ‘법무 참모’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군이 물러난 공백을 메우며 핵심적인 통치 기구로 떠올랐습니다. 그 뒤 전현직 대통령들과 파워 게임을 벌이며 힘을 키워나가더니, 급기야 대통령 자리를 집어삼켜버렸습니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탄생입니다. 그러나 달도 차면 기우는 법입니다. 우리는 지금 역대 대통령이 모두 실패했던 검찰개혁을, 한때 검찰주의자였던 검사 출신 대통령이 ‘완성’하는 거대한 역설을 목도하는 중인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건희 수사’ 막는 ‘검찰 파괴 인사’…검찰개혁 압력 커진다
정치권력에 맞서던 ‘검찰주의자’
“자기 여자 지키려는 상남자” 인증
대통령 사익에 취약한 검찰 조직
윤 대통령이 개혁 당위성 보여줘
지난주에 벌어진 가장 놀라운 사건은 검찰 인사였습니다. 정부의 검사장급 인사에 대해 제가 사건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인사의 시기와 내용이 그만큼 이례적이고 파장이 크기 때문입니다.
검사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습니다. 헌법 78조는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공무원을 임면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검찰청법 34조는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하는데 무슨 문제냐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인사권 행사가 배우자의 범죄 의혹 수사를 방해하기 위한 것이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대통령의 권한을 사적 이익을 위해 행사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김건희 여사 수사, 법과 원칙대로?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서 그런지 인사 직후부터 대통령실, 법무부, 검찰 관계자들의 말과 표정 하나하나가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대통령실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검찰 인사 자체는 물론이고 이번 인사가 김건희 여사 방패용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인사 다음날인 14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이런 문답을 주고받았습니다.
―어제 검찰 인사, 총장님과 사전 조율 있었습니까?
“어제 단행된 검사장 인사는…(잠시 침묵) 제가 이에 대해서 더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용산과 갈등설이 빚어졌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아닙니다.”
―김건희 여사 수사 방침에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데요?
“어느 검사장이 오더라도 수사팀과 뜻을 모아서 일체의 다른 고려 없이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서만 원칙대로 수사할 것입니다. 저는 우리 검사들을, 수사팀을 믿습니다. 인사는 인사이고, 수사는 수사입니다.”
검찰청법에서 검사 인사는 법무부 장관이 제청하게 되어 있습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지난 16일 아침 출근길에 기자들과 이런 문답을 했습니다.
―이번 인사를 대통령실이 주도했다는 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건 장관을 너무 무시하시는 말씀 아닙니까? 장관이 인사 제청권자로서 충분히 인사안 만들어서 하는 거지, 대통령실 누가 다 했나요?”
―김건희 여사 수사를 고려한 인사라는 해석이 있는데요?
“이 인사를 함으로써 그 수사가 끝이 났나요? 아니지 않습니까. 수사는 수사대로 진행될 겁니다.”
이창수 신임 서울중앙지검장도 지난 16일 아침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났습니다.
―이번 인사로 명품 가방 수수 의혹 등 김건희 여사 수사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닙니까?
“인사에 관계없이 저희가 해야 할 일은 법과 원칙에 따라 잘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건희 여사 소환 조사 가능성이 있습니까?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서 말씀드리기는 지금 단계에서 어렵지만, 제가 업무를 빨리 파악해서 수사에 필요한 충분한 조치들은 취할 생각입니다.”
이원석 총장, 박성재 장관, 이창수 지검장의 말대로라면 인사 이후에도 검찰의 김건희 여사 수사는 달라지지 않아야 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검찰 인사 뒤 153일 만에 나타났다
인사는 메시지입니다. 민간 기업에서도 ‘오너’나 대표이사는 인사를 통해 조직에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인사를 통해 검찰에 김건희 여사 수사를 그만하라고 메시지를 낸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검사도 사람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뜻이 무엇인지 확인됐는데 검사들이 김건희 여사 수사를 밀고 나갈 수 있을까요?
법무부는 검사장급에 이어 중간 간부급 후속 인사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을 수사 중인 김승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의 교체 여부가 관심사입니다. 두 사람은 지난해 9월 부임했습니다. 만약 두 사람을 교체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수사 중단’ 메시지에 쐐기를 박는 셈입니다.
이번 인사가 얼마나 무리한 것인지는 여러 언론 보도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사 다음날 아침 신문 사설 제목입니다.
“최측근에 맡긴 ‘김건희 수사’, 윤 대통령은 하지 말라는 건가”(경향신문)
“검 ‘김 여사 수사’ 지휘부 전격 교체, 왜 지금 무슨 의도로…”(동아일보)
“김 여사 수사 지휘 라인 전격 교체, 꼭 지금 했어야 했나”(조선일보)
“미묘한 시점에 의구심 키운 검찰 고위급 인사”(중앙일보)
“‘김건희 수사 라인’ 싹 물갈이, 수사 말라는 신호 아닌가”(한겨레)
“‘친윤’ 중앙지검장 인선…김 여사 수사 무마 아니어야”(한국일보)
조선일보는 이 사설로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15일치 신문에 “국민이 믿고 맡긴 권력을 부인 보호에 쓴다는 국민 비판”이라는 사설을 또 실었습니다. 16일치에는 김창균 논설주간이 “대통령 부부의 구명줄, 후배 검찰이 쥐고 있다”는 칼럼을 썼습니다. 17일치에는 최재혁 정치부장이 “이원석 ‘7초 침묵’ 의미는”이라는 칼럼을 썼습니다. 중앙일보는 15일치 신문에 이상언 논설위원이 “검찰 정상화는 꿈이었나”라는 칼럼을 썼습니다. 동아일보는 16일치 신문에 “묵살당한 이원석 검찰총장의 ‘7초 침묵’”이라는 사설을 실었습니다.
이번 인사에 대한 가장 파격적인 평가는 언론이 아니라 홍준표 대구시장에게서 나왔습니다. 홍준표 시장은 인사 다음날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습니다.
“자기 여자 하나 보호 못 하는 사람이 5천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겠습니까? 당신이라면 범법 여부가 수사 중이고 불명한데 자기 여자를 제 자리 유지하겠다고 하이에나 떼에게 내던져주겠습니까? 역지사지해보십시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후보 시절 장인의 좌익 경력이 문제 되었을 때 어떻게 대처했는지 한번 보세요. 그건 방탄이 아니라 최소한 상남자의 도리입니다. 비난을 듣더라도 사내답게 처신해야 합니다.”
어떻습니까? 윤석열 대통령을 감싸주는 것 같지만 사실은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를 보호하기 위해서 이번 인사를 했다는 의혹을 아예 기정사실로 못박은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홍준표 시장의 ‘상남자’ 발언은 며칠 동안 ‘장안의 화제’였습니다.
이 와중에 당사자인 김건희 여사는 지난 16일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 부부와의 공식 오찬에 참석했습니다. 153일 만에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입니다. 김건희 여사의 절묘한 등장 시점은 이번 논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대통령 부부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국민이 느낄 대통령 메시지 ‘검찰개혁’
이쯤에서 한가지 무척 궁금해지는 게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도대체 검찰은 무엇일까요?
윤석열 대통령은 한때 ‘검찰주의자’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2019년 조국 사태 와중입니다. 그는 사시 9수 끝에 검사가 됐습니다. 검사의 눈으로 세상을 읽었습니다. 검사의 심장으로 정치권력과 검찰 수뇌부에 맞섰습니다. 검찰은 그의 인생에서 ‘모든 것’이었습니다. 그런 단순함과 열정으로 정치에 뛰어들었고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그랬던 그가 대통령이 된 뒤에는 검찰을 통치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박정희·전두환 정권에서 그랬듯이 말입니다. 검찰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말 그대로 탈탈 털었습니다. 무리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당했습니다. 급기야 이제는 검찰을 김건희 여사를 보호하기 위한 방패로까지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검사들의 자존심을 짓밟고 말입니다. 한때 검찰주의자였던 사람이 ‘검찰 브레이커(파괴자)’로 변한 것입니다. 검찰을 배신한 것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이런 변신이 검찰개혁의 당위성과 불가피성을 강화하는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대통령들은 검찰개혁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습니다. 임기 5년의 선출 권력인 대통령보다 비선출 권력인 검찰의 조직적인 힘이 더 막강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쩌면 윤석열 대통령이 결과적으로 ‘검찰개혁을 해낸’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김용민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와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가 지난 8일 국회에서 ‘22대 국회 검찰개혁 입법전략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참석했습니다. 토론자들과 양당 지도부는 22대 국회에서 검찰개혁 법안을 6개월 안에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야당의 검찰개혁 법안은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해서 검찰에는 기소권만 남기고 수사권은 ‘중대범죄수사청’(가칭)으로 넘기는 내용이 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문재인 정부 말기에 민주당이 검찰 직접 수사권을 ‘축소’하는 검찰청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윤석열 정부가 시행령으로 이를 무력화했기 때문입니다. 22대 국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도 국민의힘에서 8명만 이탈하면 국회에서 재의결이 가능합니다. 21대 국회보다 검찰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이 더 좋아졌습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역대 정권과 검찰의 관계를 살펴보면 한편의 대하드라마를 방불케 합니다. 초기에 검찰은 군 출신 대통령들의 ‘법무 참모’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군이 물러난 공백을 메우며 핵심적인 통치 기구로 떠올랐습니다. 그 뒤 전현직 대통령들과 파워 게임을 벌이며 힘을 키워나가더니, 급기야 대통령 자리를 집어삼켜버렸습니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탄생입니다. 그러나 달도 차면 기우는 법입니다. 우리는 지금 역대 대통령이 모두 실패했던 검찰개혁을, 한때 검찰주의자였던 검사 출신 대통령이 ‘완성’하는 거대한 역설을 목도하는 중인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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