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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 심은 줄 모르고... 헤즈볼라, 삐삐 성능 만족해 5000개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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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4-10-06 18:50 조회32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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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사드의 치밀한 '삐삐 폭탄' 계획 전말

지난달 17일(현지 시각) 레바논에서 발생한 무선호출기(삐삐) 동시 폭발 사건은 폭탄이 숨겨진 삐삐 설계부터 제조와 공급까지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2년 넘게 치밀하게 준비해왔던 작전이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5일 보도했다.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 지도부는 이 사실을 모른 채 폭탄이 심어진 대만산 무선호출기를 주요 통신수단으로 제안받고선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고 한다.

WP는 이스라엘과 아랍권, 미국의 안보 당국자와 정치인, 외교관, 레바논 관리, 헤즈볼라와 가까운 인사들의 인터뷰를 토대로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삐삐 작전을 벌이는 세부 과정을 보도했다.

WP는 모사드의 ‘삐삐 작전’에 대해 “최근 역사에서 정보 기관이 적에 침투한 가장 성공적이고 창의적인 사례 중 하나”라고 했다.

모사드, 헤즈볼라 침투 위해 무전기-삐삐 ‘2개의 작전’ 수년간 준비

모사드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세력 중 가장 강력한 헤즈볼라의 내부에 침투하기 위해 수년 간 노력해왔다. 그러면서 헤즈볼라 지도자들이 이스라엘의 감시와 해킹에 대해 걱정하고 있고, 특히 일반 휴대전화도 이스라엘 정보 당국의 추적 장치로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파했다.

이 과정에서 ‘통신 트로이 목마’라고 불리는 아이디어가 탄생했다고 한다. 헤즈볼라는 해킹이 되지 않고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전자 네트워크를 찾았고, 모사드는 헤즈볼라가 이런 장비를 구매하게할 두 가지 계략을 생각해냈다고 한다. 이는 모두 모사드가 이스라엘 내에서 설계하고 조립한 장비였다.

첫번째 계획은 폭탄이 장착된 무전기(워키토키)였다. 모사드는 이 무전기를 2015년부터 레바논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 무전기에는 대형 배터리 팩과 함께 폭탄이 숨겨져 있었고, 헤즈볼라의 통신을 완벽히 도청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췄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지난 9년 동안 헤즈볼라를 도청하는 데 만족했지만, 미래의 위기 상황에서는 워키토키를 폭탄으로 바꿀 수 있는 옵션을 남겨두었다고 WP는 전했다.

2년 전부터 ‘삐삐 폭탄’ 준비... 헤즈볼라 의심 피하려 대만 브랜드 내세워

두번째 계획은 강력한 폭탄이 장착된 삐삐였다. WP에 따르면 모사드의 ‘삐삐 폭탄’ 작전 구상은 2022년에 처음 나왔다. 작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가자지구 전쟁이 촉발되기 1년도 더 이전이다.

모사드는 헤즈볼라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미국이나 다른 이스라엘 동맹국의 업체가 아닌 대만 브랜드를 내세웠다. 헤즈볼라는 작년 대만 브랜드인 아폴로 호출기(AR924 기종) 대량 구매 제안을 받았다. 이 브랜드는 이미 전세계에서 유통되고 있었고, 이스라엘이나 유대인과는 뚜렷한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다만 아폴로 측은 모사드의 계획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한다.

헤즈볼라에게 이런 제안을 한 건 대만 회사에서 전 중동 영업 담당자로 일했던 여성이라고 한다. 헤즈볼라의 신뢰를 받고 있던 이 여성은 자신의 회사를 세워 아폴로 삐삐를 판매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었다고 한다. 여성의 신원과 국적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 여성은 AR924 모델이 기존 제품과 비교하면 케이블로 충전이 가능하고 배터리가 오랜 지속된다는 장점을 내세워 헤즈볼라를 설득했다고 한다. 방수 기능과 함께 충전하지 않아도 몇 달 동안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대형 배터리를 장착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여성은 이 삐삐가 실제 모사드의 감독 하에 이스라엘에서 조립됐다는 사실은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삐삐는 강력한 소형 폭발물이 숨겨져 있는 배터리 팩이 장착된 것이었다. 특히 헤즈볼라가 분해해도 사실상 탐지할 수 없을 정도로 조심스럽게 폭탄이 숨겨져 있었다고 한다.

모사드는 호출기 폭발 시 피해를 키우기 위해 더 ‘사악한’ 계획을 세웠다고 WP는 전했다. 암호화된 메시지를 보려면 두 손으로 두 개의 버튼을 누르도록 설계한 것이다. 이로 인해 이용자 대부분이 폭발 당시 손과 얼굴을 크게 다쳤다. 한 관리는 WP에 “폭발로 인해 삐삐 사용자들은 거의 확실히 두 손을 다쳤을 것”이며 “이 때문에 전투에 참여할 수 없게 됐을 것”이라고 했다.

헤즈볼라 지도부는 삐삐가 이스라엘로부터 추적될 수 없다는 점과 배터리 성능 등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지난 2월 약 5000개를 구매해 전투원과 지원 요원에게 나눠줬다. 몇 달 뒤 자신의 요원들과 지원세력에 대한 테러에 사용될 수 있는 이스라엘산 삐삐를 돈을 주고 산 셈이다.

이스라엘 고위관료들도 ‘삐삐 폭탄’ 몰라... 실제 사용 놓고 내부 논쟁

이스라엘의 선출직 고위 관료들도 삐삐 폭탄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이들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지난달 12일 헤즈볼라 대응 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정보 참모들을 소집하고 나서야 삐삐의 존재를 알게 됐다.

이 폭탄의 사용을 놓고도 이스라엘 관료들 사이에선 논쟁이 벌어졌다고 한다. 이스라엘 북부를 공격하는 헤즈볼라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으나 헤즈볼라의 대규모 미사일 보복 공격과 이란의 개입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작전을 반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보 당국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삐삐의 폭탄이 발견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이에 네타냐후 총리가 작전을 승인하면서 지난 17일 무선호출기를 폭발시켰다. 이어 18일엔 무전기를 동시 폭발시켰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통신망이 와해된 틈을 타 그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같은 달 27일 폭사시키고 사흘 뒤 레바논 남부에서 지상전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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