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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을 웃게 만든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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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회 작성일 25-11-23 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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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두 달간 한반도를 둘러싼 전략 환경에서 심상치 않은 변화가 나타났다. 10월에 방한한 드리스컬 미 육군 장관은 평택의 기자간담회에서 “북한과 중국 모두 주한미군에 기본적 위협”이라 말했다. 이에 대해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국회에서 “동의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 직후 방한한 커들 해군총장은 기자간담회를 자청하며 “한국 핵추진 잠수함으로 중국 억제는 자연스러운 예측”이라 못 박았다. 숨 돌릴 사이도 없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홈페이지에 ‘거꾸로 된 동아시아 지도(East-Up Map)’를 제시하며 “한반도 전력이 중·러 해군에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지도는 중·러를 견제하는 한·미 동맹의 역할을 재정의하는 이론적 토대다. 그가 제시한 한국·일본·필리핀 ‘전략 삼각형’ 구상은 한국이 원하든 원치 않든 미·중 대립의 최전선에 놓이게 되는 상황을 보여준다.

이는 우연이 아니다. 지난 11월14일 발표된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와 제57차 한·미 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을 보라. 이 문서들은 군 장성들의 발언을 공식 합의로 승격시켰다. 팩트시트는 한·미 동맹을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안보·번영의 핵심축”으로 규정했다. SCM 공동성명은 더 노골적이다. 매년 명시되던 주한미군 “현재 수준” 유지 표현이 삭제됐고, “북한의 침략”이 “북한을 포함한 모든 역내 위협”으로 바뀌었다. ‘역내’란 중국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문맥상 명백하다. 더 주목할 것은 “대만해협 평화 유지”가 팩트시트에 명문화됐다는 점이다. 2006년 한·미는 “한국민 의사와 무관한 지역분쟁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합의했다. 그러나 이제 미국은 대만 문제를 ‘지역분쟁’이 아닌 ‘한·미 동맹의 공약’으로 재규정했다. 안규백 국방장관이 국회에서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한 지 한 달 만이다. 미국은 대한민국 국방부 장관의 발언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더 나아가 이재명 대통령이 한·중 정상회담에서 “핵잠은 특정 국가를 의식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한 데 대해서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이 잠수함이 대중 견제가 아니라면 왜 만든단 말인가.


이렇게 대놓고 한국 입장을 무시하면서도 그들은 한국으로부터 국방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3.5% 증액, 2030년까지 미국 무기 250억달러 구매, 주한미군 330억달러 지원 등 총 580억달러 이상의 안보 부담을 받아냈다. 더 큰 문제는 전작권 전환의 함정이다. 한국은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이재명 정부 임기 중에 전작권을 받지만, 그때쯤 이미 “모든 역내 위협”에 대응해야 하는 구조가 완성되어 있을 것이다. 자율성 없는 전작권, 책임만 늘어난 독립이다. 커들이 한국 핵잠에 대해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며 스파이더맨을 인용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한국에 선택권은 없고 책임만 있다는 선언이다.

다음은 무엇인가. 1단계에서 군 장성들의 발언으로 여론을 시험해보았으니 2단계에서 한국의 반발을 무마시킨 후, 3단계에서 표현을 조정해 공식 문서로 명문화한다. 4단계는 이행이다.

다음 수순인 3단계에서 미국은 새로운 국가방위전략(NDS)을 발표한다. 거기에는 주한미군의 역할 확대가 명시될 것이고, 한·미는 그에 따라 연합훈련 시나리오를 수정할 것이다. 대중국 작전이 포함된 새로운 작전계획도 수립된다. 이 모든 걸 트럼프는 관세 협박 하나로 해치웠으니 탄복이 절로 나온다. 이러는 동안 한국이 받아낸 것이라곤 성사 여부가 아직도 불확실한 “핵추진 잠수함 건조 승인”이라는 문구 하나다. 3500억달러라는 국부가 유출되는 걸 감수하고 지정학의 한복판으로 뛰어든 대가다.


이런 변화를 상징적으로 시각화한 주한미군사령관의 지도에 누가 가장 웃을까? 아마도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일 것이다. 그에게 주한미군이 북한이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전력이라는 말보다 더 좋은 말이 어디 있겠는가. 게다가 이 지도는 한반도의 전략적 중요성을 일깨우니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회임을 말해준다. 신냉전 구도를 희망하는 북한 지도부에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단거리는 물론이고 중·장거리 미사일을 모두 구비한 북한은 바로 이 지도를 보고 세계 전쟁과 태평양 전쟁, 한반도 전쟁을 다층적으로 구상할 것이다. 동북아의 전략적 현실을 살피지 않고 자기중심적 사고에 갇힌 미국의 고위 군사 관계자들이 벌여놓은 지정학의 판이 펼쳐지고 있다. 그 속에서 대한민국의 생존과 번영의 축이라 할 수 있는 ‘전략적 자율성’은 어디로 사라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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