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한용 칼럼] 윤석열 총장, 정치하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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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1-03-08 17:22 조회 3,538 댓글 0본문
대선주자로 나서려면 ‘왜 내가 대통령을 해야 하는지’, ‘내가 대통령이 되면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정확히 밝혀야 한다. 두 가지가 없으면서 대선주자로 나서는 것은 사기와 다름이 없다. 유권자는 절대 멍청하지 않다.
지난 4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퇴 의사를 밝힌 뒤 검찰청사를 떠나며 직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지난 4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퇴 의사를 밝힌 뒤 검찰청사를 떠나며 직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때문에 사퇴했을까? 아니면 내년 3월9일 치러지는 대한민국 20대 대통령 선거에 도전하기 위해 사퇴했을까?
어리석은 질문이다. 검찰 수사권 박탈에 대한 반발은 명분이고, 대선 도전은 실리다. 명분과 실리를 정확히 구분할 수 없는 것이 세상사다.
보통은 명분을 내걸고 실리를 취한다. 정치인에게 애국은 명분이고 당선은 실리다. 애국과 당선을 선명하게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간의 문제도 있다. 검찰총장 사퇴는 과거의 일이고, 대선 출마는 미래의 일이다. 윤석열 전 총장이 대선에 출마하지 않으면 명분이 부각될 것이고 출마하면 명분은 사라질 것이다.
양자역학에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있다. 상자를 열어서 확인하기 전까지 고양이는 죽은 것도 아니고 산 것도 아니다. 죽은 고양이와 산 고양이는 가능성의 상태로 병존한다.
윤석열 전 총장의 지금 상태가 바로 그렇다. 검찰 직접 수사권을 지키기 위해 몸을 던진 특수부 검사들의 영웅일 수도 있고, 자신의 정치적 욕심을 채우기 위해 검찰 조직 전체의 명예를 팔아먹은 파렴치한일 수도 있다.
특수부 검사로 잔뼈가 굵은 윤석열 전 총장에게 ‘정치 바람’이 들어간 이유가 뭘까?
첫째, 여론조사 때문일 것이다.
2019년 조국 사태, 2020년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총장의 충돌을 계기로 문재인 정부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윤석열 전 총장을 대선주자로 밀어 올리기 시작했다. 여론조사에서 뜨면 멀쩡했던 사람도 눈이 돌아간다.
2011년 청춘콘서트에 나섰던 안철수 교수가 그랬다. 고건 전 국무총리가 그랬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그랬다. 그래도 고건·반기문 두 사람은 정신을 차리고 제자리로 돌아갔다.
둘째, 수사 경험 때문일 것이다.
특수부 검사는 프레임을 짜는 사람이다. 프레임을 짜서 피의자를 악당으로 선언하고 구속영장과 중간 수사 발표를 통해 ‘여론재판’에서 성공하면 승리하는 것이다. 뒷날 법원에서 유죄 판결까지 받아내면 금상첨화다.
무죄가 나와도 괘념치 않는다. “범죄 방식이 전형적인 것에서 새로운 것으로 바뀌어서 입증이 어려웠다”고 치부하면 된다. 프레임을 짜서 상대를 무너뜨린다는 점에서 선거를 치르는 정치인과 닮은 데가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전 총장은 정치하면 안 된다. 대선주자로 나서려고 해서는 안 된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잘할 수 없다.
‘치국경륜’의 핵심은 경제와 외교다. 정치 경험과 국정 경험이 없는 사람은 대통령을 할 수 없다. 윤석열 전 총장이 경제와 외교를 알까?
부패가 만연한 부패 공화국에서는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부패 공화국이 아니다. 범죄율도 다른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다.
둘째, 될 수 없다.
지금 여론조사 수치는 반문재인 성향 유권자들의 화풀이에 불과하다. 거품이라는 얘기다. 진짜라고 믿으면 반드시 후회할 것이다.
대선주자로 나서려면 ‘왜 내가 대통령을 해야 하는지’, ‘내가 대통령이 되면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정확히 밝혀야 한다. 두 가지가 없으면서 대선주자로 나서는 것은 사기와 다름이 없다. 유권자는 절대 멍청하지 않다.
윤석열 전 총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퇴임 후 방법을 천천히 생각해 보겠다”고 답변했다.
좋은 방법이 있다. 그가 평생 쌓은 특수 수사 경험을 살려서 대한민국 수사 기관의 반부패 역량을 높이는 데 기여하면 된다. 그러면 평생 존경받으며 살 수 있다.
윤석열 전 총장의 검찰 후배였던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여권의 개들’을 비판하며 “살아 있는 권력과 싸우다 사그라지는 것이 정치 행보인가. 만약 그렇다면 사육신도 정치 행보를 한 것인가”라고 물었다. “윤석열 검사가 사라져도 우리에게는 수천명의 검사와 판사들이 남아 있다”며 “그 소중한 직분을 민주주의와 헌법 정신을 위해 불꽃처럼 태우라”고 촉구했다.
김웅 의원의 말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윤석열 전 총장이 새겨들어야 한다.
‘천하의 윤석열 검사’가 거악 척결이라는 풍운의 꿈을 안고 검사가 된 수많은 후배 검사들을 쪽 팔리게 해서야 되겠는가.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85873.html?_fr=st1#csidx0bebfbaf540750097419216bfb695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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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퇴 의사를 밝힌 뒤 검찰청사를 떠나며 직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지난 4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퇴 의사를 밝힌 뒤 검찰청사를 떠나며 직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때문에 사퇴했을까? 아니면 내년 3월9일 치러지는 대한민국 20대 대통령 선거에 도전하기 위해 사퇴했을까?
어리석은 질문이다. 검찰 수사권 박탈에 대한 반발은 명분이고, 대선 도전은 실리다. 명분과 실리를 정확히 구분할 수 없는 것이 세상사다.
보통은 명분을 내걸고 실리를 취한다. 정치인에게 애국은 명분이고 당선은 실리다. 애국과 당선을 선명하게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간의 문제도 있다. 검찰총장 사퇴는 과거의 일이고, 대선 출마는 미래의 일이다. 윤석열 전 총장이 대선에 출마하지 않으면 명분이 부각될 것이고 출마하면 명분은 사라질 것이다.
양자역학에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있다. 상자를 열어서 확인하기 전까지 고양이는 죽은 것도 아니고 산 것도 아니다. 죽은 고양이와 산 고양이는 가능성의 상태로 병존한다.
윤석열 전 총장의 지금 상태가 바로 그렇다. 검찰 직접 수사권을 지키기 위해 몸을 던진 특수부 검사들의 영웅일 수도 있고, 자신의 정치적 욕심을 채우기 위해 검찰 조직 전체의 명예를 팔아먹은 파렴치한일 수도 있다.
특수부 검사로 잔뼈가 굵은 윤석열 전 총장에게 ‘정치 바람’이 들어간 이유가 뭘까?
첫째, 여론조사 때문일 것이다.
2019년 조국 사태, 2020년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총장의 충돌을 계기로 문재인 정부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윤석열 전 총장을 대선주자로 밀어 올리기 시작했다. 여론조사에서 뜨면 멀쩡했던 사람도 눈이 돌아간다.
2011년 청춘콘서트에 나섰던 안철수 교수가 그랬다. 고건 전 국무총리가 그랬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그랬다. 그래도 고건·반기문 두 사람은 정신을 차리고 제자리로 돌아갔다.
둘째, 수사 경험 때문일 것이다.
특수부 검사는 프레임을 짜는 사람이다. 프레임을 짜서 피의자를 악당으로 선언하고 구속영장과 중간 수사 발표를 통해 ‘여론재판’에서 성공하면 승리하는 것이다. 뒷날 법원에서 유죄 판결까지 받아내면 금상첨화다.
무죄가 나와도 괘념치 않는다. “범죄 방식이 전형적인 것에서 새로운 것으로 바뀌어서 입증이 어려웠다”고 치부하면 된다. 프레임을 짜서 상대를 무너뜨린다는 점에서 선거를 치르는 정치인과 닮은 데가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전 총장은 정치하면 안 된다. 대선주자로 나서려고 해서는 안 된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잘할 수 없다.
‘치국경륜’의 핵심은 경제와 외교다. 정치 경험과 국정 경험이 없는 사람은 대통령을 할 수 없다. 윤석열 전 총장이 경제와 외교를 알까?
부패가 만연한 부패 공화국에서는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부패 공화국이 아니다. 범죄율도 다른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다.
둘째, 될 수 없다.
지금 여론조사 수치는 반문재인 성향 유권자들의 화풀이에 불과하다. 거품이라는 얘기다. 진짜라고 믿으면 반드시 후회할 것이다.
대선주자로 나서려면 ‘왜 내가 대통령을 해야 하는지’, ‘내가 대통령이 되면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정확히 밝혀야 한다. 두 가지가 없으면서 대선주자로 나서는 것은 사기와 다름이 없다. 유권자는 절대 멍청하지 않다.
윤석열 전 총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퇴임 후 방법을 천천히 생각해 보겠다”고 답변했다.
좋은 방법이 있다. 그가 평생 쌓은 특수 수사 경험을 살려서 대한민국 수사 기관의 반부패 역량을 높이는 데 기여하면 된다. 그러면 평생 존경받으며 살 수 있다.
윤석열 전 총장의 검찰 후배였던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여권의 개들’을 비판하며 “살아 있는 권력과 싸우다 사그라지는 것이 정치 행보인가. 만약 그렇다면 사육신도 정치 행보를 한 것인가”라고 물었다. “윤석열 검사가 사라져도 우리에게는 수천명의 검사와 판사들이 남아 있다”며 “그 소중한 직분을 민주주의와 헌법 정신을 위해 불꽃처럼 태우라”고 촉구했다.
김웅 의원의 말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윤석열 전 총장이 새겨들어야 한다.
‘천하의 윤석열 검사’가 거악 척결이라는 풍운의 꿈을 안고 검사가 된 수많은 후배 검사들을 쪽 팔리게 해서야 되겠는가.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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