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있는 집값 들쑤셔놓고 세금으로 잡으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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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1-02-10 08:59 조회 4,042 댓글 0본문
[논설위원의 단도직입]“분양원가 공개하고 분양가상한제 전면 시행 땐 집값 잡을 수 있다”
ㆍ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이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동숭로 경실련 본부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며 분양가상한제 시행 여부에 따른 서울 아파트값 변화를 그래프로 보여주고 있다. 김 본부장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지 않았을 때는 집값이 급등했다고 지적했다. 우철훈 선임기자 photowoo@kyunghyang.com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이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동숭로 경실련 본부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며 분양가상한제 시행 여부에 따른 서울 아파트값 변화를 그래프로 보여주고 있다. 김 본부장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지 않았을 때는 집값이 급등했다고 지적했다. 우철훈 선임기자 photowoo@kyunghyang.com
쌍용건설에서 20년간 쌓은 현장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실사구시에 입각한 주거정책 대안을 제시해온 시민운동가다. 한국건설정보 대표를 거쳐 1997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사회운동을 시작했고, 참여정부 때인 2004년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으로 주거 문제에 본격적으로 천착했다. 저서로 <대한민국은 부동산공화국이다?> <문제는 부동산이야, 이 바보들아> 등이 있다.
대책 낼 때마다 뛰는 집값
공공재개발 발표한 5·6 대책 이후
토지거래 허가제 발표하자 또 상승
세입자용 공급책 없는 2·4 대책은
투기 조장하는 역대급 토건 개발책
지금 한국 사회에 가장 큰 불평등의 원인은 부동산 격차다. 세계적 현상이라고 치부하기엔 국내 현실이 너무 심각하다. 대책을 내놓기가 무섭게 집값은 오히려 폭등한다. ‘집값을 잡겠다’는 선의가 옳다고 해도 잘못된 결과를 용인해선 안 된다.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왔을까. 문재인 정부가 돌이키기엔 너무 멀리 와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해 누구보다 날선 비판을 가해온 사람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 김헌동(66)이다. 그는 ‘경계인’이다. 민주정부 인사들은 껄끄러워하고, 그렇다고 보수들도 좋아할 수 없는 인물. 민주정부에는 ‘목에 가시 같은 존재’가 된 지 오래다. 진보 쪽이 보기에 넘어선 안 될 선도 눈치 안 보고 넘어 버린다. “박정희, 이명박 정권도 한 정책을 왜 노무현, 문재인 때는 못하느냐”고 할 정도다.
민주정부에 발끈하는 이유는 터무니없이 올려놓은 집값 때문이다. 대놓고 “무능력하고 무책임한 가짜진보”라고 일갈한다. 경실련은 방대한 데이터에 기반한 수치로 조목조목 꼬집는다. 김 본부장의 생각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이렇다. “왜 가만히 있는 집값을 들쑤셔서 올려놓는가. 그래 놓고 종합부동산세니, 양도소득세니 세금으로 잡겠다고 뒷북이나 치고 있다.”
김헌동의 대안은 뭘까. 그는 “제대로 된 공급이 해법”이라고 말한다. 분양원가 항목을 늘려서 거품을 빼고, 분양가상한제를 전국적으로 도입하는 한편 이른바 ‘반값 아파트’를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의 속시원한 해법을 듣기 위해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동숭로 경실련본부를 찾았다. 마침 “쇼크 수준”이란 정부의 83만여가구 주택공급안 발표 전날이다. 임기 1년을 남긴 채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주도하는 대규모 공급책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었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승부수’다.
현 정부의 ‘헛발질’
임대사업자에 특혜…사재기 키워
실태 파악 못한 ‘임대차보호 3법’
공급 부족이라지만 보급률 110%
세금으로 집값 못 잡는 건 입증돼
- 2·4 공급대책은 어떻게 보나.(발표 후 추가로 전화 인터뷰를 했다)
“이럴 줄 알았다. 어디에, 얼마를, 어떤 가격에 공급할지 밝힌 게 없다. 지난 4년 동안 정부가 서울에 공공분양으로 공급한 건 1만가구도 안 된다. 게다가 재건축·재개발 대상 주택에 수십만명이 전·월세로 산다. 이들은 어떻게 할 건가. 세입자용 공급책이 안 보인다. 앞서 김현미 전 장관도 이미 127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집값은 더 올랐다. 변 장관 이전에 국토부 관료들 작품이라 본다. 투기를 조장하는 ‘역대급’ 토건 개발대책이다. 서민 주거안정은커녕 집값을 더 올릴 수 있다.”
- 공급이 부족해서 집값을 못 잡았다며 방향을 바꾼 건데.
“세금으로 집값 못 잡는 건 입증됐다. 직접 관계가 없다는 거다. ‘가짜 전문가들’이 보유세부터 올리고 했지만 지금 어떻게 됐나.”
- 정부는 집값이 많이 안 올랐다던데.
“문재인 정부는 집권 후 14% 오른 거 외에는 특별한 거 없다고 한다. 그러나 경실련이 조사해보니 2017년 대비해 서울 아파트값이 지난해까지 82% 올랐다. 옛날에는 5년 정도 월급 모으면 집을 살 수 있었다. 소득 대비 집값이란 개념이 노무현 정부 들어 깨졌다. 빈부격차를 더 키운 것이다. 민주정부를 지지하느냐, 아니냐를 떠나 이는 엄연한 팩트다.”
- 정부의 노력은 평가해줘야 하지 않나.
“현 정부 들어 더 큰 거품이 생겼다. 부동산114의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통계를 보니 현 정부 들어 40% 올랐다더라. 청와대 참모들의 아파트값을 계산하니 42% 뛰었다. 더 놀라운 건 이들 중 37%가 다주택자라는 사실이다. 국회의원들 아파트값은 45%, 고위공직자 아파트값은 47% 올랐다. 청와대 참모와 관료들에게 문 대통령이 속고 있다.”
- 왜 이렇게까지 올랐나.
“총선 때까지는 별로 안 올랐다. 15억원 이상 주택에 대한 대출 금지 등 2019년 12·16대책 영향이다. 이후 눈치를 보다가 5·6대책에서 공공재개발을 발표하자 다시 상승했다. 용산, 여의도, 마포 아파트가 5월부터 뛰기 시작했다. 6월5일 잠실야구장 일대 개발 소식에 송파, 강남이 또 급등했다. 6월17일에 토지거래 허가제를 발표했는데 오히려 더 올랐다. 허가지역은 앞으로 오를 지역이라고 찍어준 꼴이 돼 상승세를 더 부추겼다.”
- 세금 올리면 집값 떨어지나.
“사실 거래가 활발하거나 끊기는 건 세금과 별 상관이 없다. 이명박 정부 때 아파트 150만채가 미분양이 됐다. 1년에 적정 거래량이 70만채인데, 집값이 빠지면서 40만채로 줄었다. 오히려 집을 안 샀다. 박근혜 정부 때는 돈을 싸게 빌려줄 테니 사라고 해도 안 샀다. 왜냐? 집값이 떨어진다고 예상해서다. 반대로 잡겠다고 하는데도 값이 올라가면 너도나도 사려고 든다. 집을 팔기만 하면 후회하고, 부부싸움이 나는데 왜 팔겠나.”
- 국내 세율이 선진국보다 낮은데.
“총액으로 하면 우리가 실효세율이 0.2%가 안 되는 건 맞다. 다른 나라가 0.7~0.8%인데, 원인은 법인 세율 차이다. 우리나라 법인의 실효세율은 공시가격 대비 30% 수준이다. 서울역 앞 옛 대우빌딩(서울스퀘어)이 1조원에 거래돼도 공시가격은 3900억원에 불과하다. 강남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가 10조5000억원에 현대자동차에 팔렸지만 공시가격은 3조원에 그친다. 공정시장가액 80%를 적용하면 실효세율은 실거래가의 0.16%밖에 안 된다.”
- 정부의 가장 큰 실책은.
“현 정부는 주택임대사업자에게 특혜를 줘서 100만채가 3년간 사재기됐다. 임대사업자 등록은 당연한 건데 왜 특혜를 주나. 임대사업자에게 80%까지 대출해준 건 사재기를 권장한 거 아니냐. 임대사업자로 등록만 하면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이 수십채 있어도 ‘합산배제’로 종부세를 한 푼도 안 낸다. 세금은 안 걷고 대출을 늘려주니 돈 빌려서 전세 세입자는 내쫓고 월세로 전환시켰다. 그 결과 전세 물량 100만채가 사라져버렸다. 무능한 정책실장에, 뭘 모르는 장관, 교활한 차관이 만나니까 이런 결과가 나온 거다.”
- 전세난과 임대차보호 3법은 어떤가.
“사실 전세가 상승은 집값 상승의 영향이 크다. 매매가가 폭등하면 전세가도 올라가는 건 당연하다. 임대차보호 3법 이전에 임대차 신고제로 실태 파악부터 했어야 한다. 국내 주택이 2200만채다. 10년 전 이명박 정부 때 1700만채에 집주인은 1300만명이고 사재기가 400만채였다. 지금은 2200만채 중 1270만채를 주인이 소유한다. 사재기가 더 심해졌다. 10년간 주택은 500만채 늘었는데 사재기를 자꾸 하면 공급 효과가 없어진다. 정부 말 반대로만 하면 매년 집값이 20%씩 올라, 대출은 80% 해줘, 보유세도 없어, 일정 기간(4년, 8년) 지나면 양도세도 안 낸다. 그러니 이 정부에서 버스 대절해 집 보러 다니는 ‘집 쇼핑족’이 생겨났다.”
- 시장에선 공급이 부족해서라는데.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정부 때 주택보급률은 40~50%밖에 안 된다. 이명박 정부의 보급률 98%일 때도 안정됐다. 문재인 정부는 보급률이 110%, 2200만채인데도 왜 집값이 뛰나. 공급부족이란 게 대체 뭔가. 우선 집값을 안 오르게 해야지. 잔뜩 오르게 해놓고는 세금을 중과하겠다니 말이 안 된다. 보유세, 양도세를 안 올려도 집을 안 사게 만들어야 한다. 갖고 있으면 값이 오르는데 왜 팔겠나.”
민주정부는 왜 집값 못 잡나
친재벌 기재부·국토부 ‘늘공’ 작품
대통령·시장·경기지사 특권으로
역세권 땅 사서 반값 주택 분양 땐
집값 충분히 안정화할 수 있다
- 어떻게 집을 내놓게 할 수 있나.
“이명박 정부 때 30평 아파트를 강남에서 3억원에 분양했다. 강남에 1000가구, 서초에 800가구, 고양 원흥에 700가구, 하남 미사에 1200가구 공급했다. 서울, 경기에 보금자리 폭탄이 떨어졌다. 10억원 아파트 옆에 3억원짜리를 분양하니 낡은 비싼 아파트는 겁나서 못 산다. 민간업자가 20억원에 팔던 걸 10억원에 내놔도 미분양이 70%였다.”
- 반값 아파트는 로또아파트란 비판이 많다.
“개포주공은 1000만원, 목동 아파트는 미분양 나서 할인 분양했다. 개포주공은 13평이 30억원 됐는데 그런 게 진짜 로또아파트 아닌가. 누가 더 불로소득이냐. 문재인 정부는 반값 아파트 하나도 안 지었다. 새누리당이 2009년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특별법, 보금자리 특별법을 당론으로 만들었다. 이명박은 서울시장 때부터 분양원가를 공개했다. 이를 오세훈이 이어받았고, 노무현 정부는 2008년에야 시행했다.”
- 돈이 풀려서 집값이 뛴다고도 한다.
“집값이 떨어질 때는 돈을 공짜로 빌려준다고 집을 사나. 유동성과 집값은 큰 상관이 없다. 정부가 제 역할만 하면 집값은 잡힌다. 3기 신도시에 반값 아파트만 지으면 된다. 가짜 분양원가 공개도 바로잡아야 한다. 박원순 전 시장이 지난해 마곡지구에 평당 2000만원에 공급했다. 오세훈 전 시장은 2006년 발산지구에 평당 790만원에 공급했다. 분양원가 공개하고 분양가상한제에다 후분양까지 해서. 그래도 공기업이 30% 이익 남겼다. 왜 못한다는 거냐. 이렇게 한 달에 2000~3000가구씩 1년 동안 약 3만채만 분양해봐라, 바로 시장이 안정된다.”
- 서울에 그럴 부지가 있나.
“서울 세입자들 경기도로 내쫓으려고 고양시의 창릉 같은 데를 개발하나. 서울 역세권 땅 사들여서 용도변경하면 된다. 강남의 옛 서울의료원, 도곡동 구룡마을, 용산 미군기지, 철도정비창, 불광동 질병관리본부 부지 등에 가능하다.”
-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를까.
“지금 강북 다가구, 연립주택 가격이 뛰었다. 공기업이 나서서 강북 구도심까지 집값 올리겠다는 거다. 이대로 가면 집값은 더 폭등할 거다. 2기 신도시로 노무현 때도 집값을 못 잡았다. 신도시든 뭐든 그냥 공급으론 안 된다. 지난 4년간 왜 집값이 올랐는지 심층분석한 뒤 대안을 내놔야 한다. 약한 사람들 살기 더 힘들게 하는 게 진보냐.”
- 2·4대책에 부족한 건 뭔가.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가격을 확 낮춰서 공급해야 한다. 강남도 4억원 아래로 분양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분양가상한제도 전면 시행해야 한다. 즉시 전국에 적용해서 부동산 거품부터 제거해야 한다. 공공보유 토지는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으로 공급하거나 하면 된다. 분양원가 공개와 분양가상한제는 박정희 때 만들었다.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정부도 이어받았던 거다. 민주당이 도대체 왜 못하는가.”
- 민주정부에서 집값이 왜 이렇게 올랐을까.
“실력이 부족해서다. 누가 이렇게 했나. 친재벌인 기획재정부와 국토부 ‘늘공’한테 청와대 정책실장이나 정치인 출신 장관들이 당해서다. 아직도 늘공이 정책 기초작업을 하고 기본인 집값 상승률, 부동산시장 진단을 한다. 대통령, 시장, 경기도지사에겐 ‘토지수용권, 독점개발권, 토지용도변경권’이란 3대 특권이 있다. 이 도깨비방망이를 잘만 쓰면 집값은 안정된다. 역세권 부지나 골프장, 논밭 등을 수용해 주택 분양할 수 있다. 그런데 이재명 경기지사만 해도 모호한 ‘기본주택’만 얘기할 뿐, 그 특권은 하나도 안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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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이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동숭로 경실련 본부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며 분양가상한제 시행 여부에 따른 서울 아파트값 변화를 그래프로 보여주고 있다. 김 본부장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지 않았을 때는 집값이 급등했다고 지적했다. 우철훈 선임기자 photowoo@kyunghyang.com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이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동숭로 경실련 본부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며 분양가상한제 시행 여부에 따른 서울 아파트값 변화를 그래프로 보여주고 있다. 김 본부장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지 않았을 때는 집값이 급등했다고 지적했다. 우철훈 선임기자 photowoo@kyunghyang.com
쌍용건설에서 20년간 쌓은 현장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실사구시에 입각한 주거정책 대안을 제시해온 시민운동가다. 한국건설정보 대표를 거쳐 1997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사회운동을 시작했고, 참여정부 때인 2004년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으로 주거 문제에 본격적으로 천착했다. 저서로 <대한민국은 부동산공화국이다?> <문제는 부동산이야, 이 바보들아> 등이 있다.
대책 낼 때마다 뛰는 집값
공공재개발 발표한 5·6 대책 이후
토지거래 허가제 발표하자 또 상승
세입자용 공급책 없는 2·4 대책은
투기 조장하는 역대급 토건 개발책
지금 한국 사회에 가장 큰 불평등의 원인은 부동산 격차다. 세계적 현상이라고 치부하기엔 국내 현실이 너무 심각하다. 대책을 내놓기가 무섭게 집값은 오히려 폭등한다. ‘집값을 잡겠다’는 선의가 옳다고 해도 잘못된 결과를 용인해선 안 된다.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왔을까. 문재인 정부가 돌이키기엔 너무 멀리 와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해 누구보다 날선 비판을 가해온 사람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 김헌동(66)이다. 그는 ‘경계인’이다. 민주정부 인사들은 껄끄러워하고, 그렇다고 보수들도 좋아할 수 없는 인물. 민주정부에는 ‘목에 가시 같은 존재’가 된 지 오래다. 진보 쪽이 보기에 넘어선 안 될 선도 눈치 안 보고 넘어 버린다. “박정희, 이명박 정권도 한 정책을 왜 노무현, 문재인 때는 못하느냐”고 할 정도다.
민주정부에 발끈하는 이유는 터무니없이 올려놓은 집값 때문이다. 대놓고 “무능력하고 무책임한 가짜진보”라고 일갈한다. 경실련은 방대한 데이터에 기반한 수치로 조목조목 꼬집는다. 김 본부장의 생각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이렇다. “왜 가만히 있는 집값을 들쑤셔서 올려놓는가. 그래 놓고 종합부동산세니, 양도소득세니 세금으로 잡겠다고 뒷북이나 치고 있다.”
김헌동의 대안은 뭘까. 그는 “제대로 된 공급이 해법”이라고 말한다. 분양원가 항목을 늘려서 거품을 빼고, 분양가상한제를 전국적으로 도입하는 한편 이른바 ‘반값 아파트’를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의 속시원한 해법을 듣기 위해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동숭로 경실련본부를 찾았다. 마침 “쇼크 수준”이란 정부의 83만여가구 주택공급안 발표 전날이다. 임기 1년을 남긴 채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주도하는 대규모 공급책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었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승부수’다.
현 정부의 ‘헛발질’
임대사업자에 특혜…사재기 키워
실태 파악 못한 ‘임대차보호 3법’
공급 부족이라지만 보급률 110%
세금으로 집값 못 잡는 건 입증돼
- 2·4 공급대책은 어떻게 보나.(발표 후 추가로 전화 인터뷰를 했다)
“이럴 줄 알았다. 어디에, 얼마를, 어떤 가격에 공급할지 밝힌 게 없다. 지난 4년 동안 정부가 서울에 공공분양으로 공급한 건 1만가구도 안 된다. 게다가 재건축·재개발 대상 주택에 수십만명이 전·월세로 산다. 이들은 어떻게 할 건가. 세입자용 공급책이 안 보인다. 앞서 김현미 전 장관도 이미 127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집값은 더 올랐다. 변 장관 이전에 국토부 관료들 작품이라 본다. 투기를 조장하는 ‘역대급’ 토건 개발대책이다. 서민 주거안정은커녕 집값을 더 올릴 수 있다.”
- 공급이 부족해서 집값을 못 잡았다며 방향을 바꾼 건데.
“세금으로 집값 못 잡는 건 입증됐다. 직접 관계가 없다는 거다. ‘가짜 전문가들’이 보유세부터 올리고 했지만 지금 어떻게 됐나.”
- 정부는 집값이 많이 안 올랐다던데.
“문재인 정부는 집권 후 14% 오른 거 외에는 특별한 거 없다고 한다. 그러나 경실련이 조사해보니 2017년 대비해 서울 아파트값이 지난해까지 82% 올랐다. 옛날에는 5년 정도 월급 모으면 집을 살 수 있었다. 소득 대비 집값이란 개념이 노무현 정부 들어 깨졌다. 빈부격차를 더 키운 것이다. 민주정부를 지지하느냐, 아니냐를 떠나 이는 엄연한 팩트다.”
- 정부의 노력은 평가해줘야 하지 않나.
“현 정부 들어 더 큰 거품이 생겼다. 부동산114의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통계를 보니 현 정부 들어 40% 올랐다더라. 청와대 참모들의 아파트값을 계산하니 42% 뛰었다. 더 놀라운 건 이들 중 37%가 다주택자라는 사실이다. 국회의원들 아파트값은 45%, 고위공직자 아파트값은 47% 올랐다. 청와대 참모와 관료들에게 문 대통령이 속고 있다.”
- 왜 이렇게까지 올랐나.
“총선 때까지는 별로 안 올랐다. 15억원 이상 주택에 대한 대출 금지 등 2019년 12·16대책 영향이다. 이후 눈치를 보다가 5·6대책에서 공공재개발을 발표하자 다시 상승했다. 용산, 여의도, 마포 아파트가 5월부터 뛰기 시작했다. 6월5일 잠실야구장 일대 개발 소식에 송파, 강남이 또 급등했다. 6월17일에 토지거래 허가제를 발표했는데 오히려 더 올랐다. 허가지역은 앞으로 오를 지역이라고 찍어준 꼴이 돼 상승세를 더 부추겼다.”
- 세금 올리면 집값 떨어지나.
“사실 거래가 활발하거나 끊기는 건 세금과 별 상관이 없다. 이명박 정부 때 아파트 150만채가 미분양이 됐다. 1년에 적정 거래량이 70만채인데, 집값이 빠지면서 40만채로 줄었다. 오히려 집을 안 샀다. 박근혜 정부 때는 돈을 싸게 빌려줄 테니 사라고 해도 안 샀다. 왜냐? 집값이 떨어진다고 예상해서다. 반대로 잡겠다고 하는데도 값이 올라가면 너도나도 사려고 든다. 집을 팔기만 하면 후회하고, 부부싸움이 나는데 왜 팔겠나.”
- 국내 세율이 선진국보다 낮은데.
“총액으로 하면 우리가 실효세율이 0.2%가 안 되는 건 맞다. 다른 나라가 0.7~0.8%인데, 원인은 법인 세율 차이다. 우리나라 법인의 실효세율은 공시가격 대비 30% 수준이다. 서울역 앞 옛 대우빌딩(서울스퀘어)이 1조원에 거래돼도 공시가격은 3900억원에 불과하다. 강남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가 10조5000억원에 현대자동차에 팔렸지만 공시가격은 3조원에 그친다. 공정시장가액 80%를 적용하면 실효세율은 실거래가의 0.16%밖에 안 된다.”
- 정부의 가장 큰 실책은.
“현 정부는 주택임대사업자에게 특혜를 줘서 100만채가 3년간 사재기됐다. 임대사업자 등록은 당연한 건데 왜 특혜를 주나. 임대사업자에게 80%까지 대출해준 건 사재기를 권장한 거 아니냐. 임대사업자로 등록만 하면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이 수십채 있어도 ‘합산배제’로 종부세를 한 푼도 안 낸다. 세금은 안 걷고 대출을 늘려주니 돈 빌려서 전세 세입자는 내쫓고 월세로 전환시켰다. 그 결과 전세 물량 100만채가 사라져버렸다. 무능한 정책실장에, 뭘 모르는 장관, 교활한 차관이 만나니까 이런 결과가 나온 거다.”
- 전세난과 임대차보호 3법은 어떤가.
“사실 전세가 상승은 집값 상승의 영향이 크다. 매매가가 폭등하면 전세가도 올라가는 건 당연하다. 임대차보호 3법 이전에 임대차 신고제로 실태 파악부터 했어야 한다. 국내 주택이 2200만채다. 10년 전 이명박 정부 때 1700만채에 집주인은 1300만명이고 사재기가 400만채였다. 지금은 2200만채 중 1270만채를 주인이 소유한다. 사재기가 더 심해졌다. 10년간 주택은 500만채 늘었는데 사재기를 자꾸 하면 공급 효과가 없어진다. 정부 말 반대로만 하면 매년 집값이 20%씩 올라, 대출은 80% 해줘, 보유세도 없어, 일정 기간(4년, 8년) 지나면 양도세도 안 낸다. 그러니 이 정부에서 버스 대절해 집 보러 다니는 ‘집 쇼핑족’이 생겨났다.”
- 시장에선 공급이 부족해서라는데.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정부 때 주택보급률은 40~50%밖에 안 된다. 이명박 정부의 보급률 98%일 때도 안정됐다. 문재인 정부는 보급률이 110%, 2200만채인데도 왜 집값이 뛰나. 공급부족이란 게 대체 뭔가. 우선 집값을 안 오르게 해야지. 잔뜩 오르게 해놓고는 세금을 중과하겠다니 말이 안 된다. 보유세, 양도세를 안 올려도 집을 안 사게 만들어야 한다. 갖고 있으면 값이 오르는데 왜 팔겠나.”
민주정부는 왜 집값 못 잡나
친재벌 기재부·국토부 ‘늘공’ 작품
대통령·시장·경기지사 특권으로
역세권 땅 사서 반값 주택 분양 땐
집값 충분히 안정화할 수 있다
- 어떻게 집을 내놓게 할 수 있나.
“이명박 정부 때 30평 아파트를 강남에서 3억원에 분양했다. 강남에 1000가구, 서초에 800가구, 고양 원흥에 700가구, 하남 미사에 1200가구 공급했다. 서울, 경기에 보금자리 폭탄이 떨어졌다. 10억원 아파트 옆에 3억원짜리를 분양하니 낡은 비싼 아파트는 겁나서 못 산다. 민간업자가 20억원에 팔던 걸 10억원에 내놔도 미분양이 70%였다.”
- 반값 아파트는 로또아파트란 비판이 많다.
“개포주공은 1000만원, 목동 아파트는 미분양 나서 할인 분양했다. 개포주공은 13평이 30억원 됐는데 그런 게 진짜 로또아파트 아닌가. 누가 더 불로소득이냐. 문재인 정부는 반값 아파트 하나도 안 지었다. 새누리당이 2009년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특별법, 보금자리 특별법을 당론으로 만들었다. 이명박은 서울시장 때부터 분양원가를 공개했다. 이를 오세훈이 이어받았고, 노무현 정부는 2008년에야 시행했다.”
- 돈이 풀려서 집값이 뛴다고도 한다.
“집값이 떨어질 때는 돈을 공짜로 빌려준다고 집을 사나. 유동성과 집값은 큰 상관이 없다. 정부가 제 역할만 하면 집값은 잡힌다. 3기 신도시에 반값 아파트만 지으면 된다. 가짜 분양원가 공개도 바로잡아야 한다. 박원순 전 시장이 지난해 마곡지구에 평당 2000만원에 공급했다. 오세훈 전 시장은 2006년 발산지구에 평당 790만원에 공급했다. 분양원가 공개하고 분양가상한제에다 후분양까지 해서. 그래도 공기업이 30% 이익 남겼다. 왜 못한다는 거냐. 이렇게 한 달에 2000~3000가구씩 1년 동안 약 3만채만 분양해봐라, 바로 시장이 안정된다.”
- 서울에 그럴 부지가 있나.
“서울 세입자들 경기도로 내쫓으려고 고양시의 창릉 같은 데를 개발하나. 서울 역세권 땅 사들여서 용도변경하면 된다. 강남의 옛 서울의료원, 도곡동 구룡마을, 용산 미군기지, 철도정비창, 불광동 질병관리본부 부지 등에 가능하다.”
-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를까.
“지금 강북 다가구, 연립주택 가격이 뛰었다. 공기업이 나서서 강북 구도심까지 집값 올리겠다는 거다. 이대로 가면 집값은 더 폭등할 거다. 2기 신도시로 노무현 때도 집값을 못 잡았다. 신도시든 뭐든 그냥 공급으론 안 된다. 지난 4년간 왜 집값이 올랐는지 심층분석한 뒤 대안을 내놔야 한다. 약한 사람들 살기 더 힘들게 하는 게 진보냐.”
- 2·4대책에 부족한 건 뭔가.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가격을 확 낮춰서 공급해야 한다. 강남도 4억원 아래로 분양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분양가상한제도 전면 시행해야 한다. 즉시 전국에 적용해서 부동산 거품부터 제거해야 한다. 공공보유 토지는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으로 공급하거나 하면 된다. 분양원가 공개와 분양가상한제는 박정희 때 만들었다.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정부도 이어받았던 거다. 민주당이 도대체 왜 못하는가.”
- 민주정부에서 집값이 왜 이렇게 올랐을까.
“실력이 부족해서다. 누가 이렇게 했나. 친재벌인 기획재정부와 국토부 ‘늘공’한테 청와대 정책실장이나 정치인 출신 장관들이 당해서다. 아직도 늘공이 정책 기초작업을 하고 기본인 집값 상승률, 부동산시장 진단을 한다. 대통령, 시장, 경기도지사에겐 ‘토지수용권, 독점개발권, 토지용도변경권’이란 3대 특권이 있다. 이 도깨비방망이를 잘만 쓰면 집값은 안정된다. 역세권 부지나 골프장, 논밭 등을 수용해 주택 분양할 수 있다. 그런데 이재명 경기지사만 해도 모호한 ‘기본주택’만 얘기할 뿐, 그 특권은 하나도 안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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