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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가 흔들린다…러시아 못 막고 미국-서유럽 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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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585회 작성일 24-04-06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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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창설 75주년인 지난 4일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열린 ‘나토-우크라이나 이사회’ 회의의 전체 모습. AP 연합뉴스

나토 창설 75주년

서방의 최대 군사동맹 기구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지난 4일 창설 75주년을 맞았다. 나토는 세계의 군사질서를 떠받치는 최대 축이다. 미국이 주도하고, 독일·영국·프랑스 등 서방 선진국들에 최근에는 중립국이던 스웨덴과 핀란드가 회원국으로 가입해 회원국이 32개국으로 늘었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한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까지 협력국으로 가담했다. 하지만 창립 이래 최대 위용을 과시하는 나토는 그 어느 때보다 기능 부전에 빠져 있다.

2022년 2월24일 발발해 지금까지 2년 넘게 지속되는 우크라이나 전쟁 앞에서 나토는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애초 유럽의 방위가 목적인 나토는 창립 이후 유럽의 앞마당에서 벌어진 최대 전쟁인 우크라이나 전쟁 앞에서 무력하다.

소련 붕괴되고 발전적 해체론

지난 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외교장관 회의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5년간 1천억유로(약 146조원)의 군사원조기금을 정식 제안했다. 이는 나토에서 유럽 쪽이 발의한 제안이다. 유럽 동맹국들은 차제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 주도권을 미국에서 유럽 쪽으로 가져오려고 한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 방위연락그룹’(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50여개 국가 연합)을 나토가 이끌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미국에서 600억달러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안이 공화당의 반대로 지난해 11월 이후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나토에 부정적인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가 오는 11월 당선될 경우, 나토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파국으로 갈 가능성을 미리 대비한 것이다.

하지만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 방위연락그룹’이 “나토보다 크다. 인도·태평양 지역을 비롯해 50개국 이상이 참여한다”며 “참여국들을 결집시키는 것은 미국의 지도력”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지원에서 유럽의 주도권을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이 장면은 나토가 현재 처한 현실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나토가 애초 창설 목적인 유럽 안보를 위해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 사이의 균열이 커지고 있다. 나토의 주적이던 소련의 붕괴 이후 위상 설정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딜레마에 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1949년 창설된 나토에 대해 헤이스팅스 이즈메이 초대 사무총장은 냉전 시기에 “소련을 막고, 미국을 끌어들이고, 독일을 억제하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이 말은 나토의 창립 이유와 그 이후 역할을 가장 정확히 표현했다. 나토는 소련의 위협을 성공적으로 막고, 두차례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이 유럽에 녹아들게 하고, 미국을 확실히 유럽에 붙들어 매어서, 미국과 유럽 모두의 안보를 보장하는 한편 미국 패권 유지의 축이 됐다.

하지만 1991년 소련이 붕괴되자 나토의 위상은 애매해졌다. 소련 붕괴의 전조인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 붕괴 때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나토가 당시 주둔선에서 더 이상 동진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독일 통일에 합의했다. 공식적인 조약이나 서면 합의는 없었으나, 이는 당시 미국·서독과 소련 사이의 신사협정이었다.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도 소련 위성국에서 이탈하고, 나토 대항 기구인 바르샤바조약기구도 해체되자, 고르바초프는 나토 해체 혹은 소련의 나토 가입까지 제안했다. 서방에서도 나토를 발전적으로 해체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고, 체코의 자유화와 민주화를 주도한 바츨라프 하벨 당시 체코 대통령은 나토를 해체하고 소련까지 포함하는 범유럽안보기구를 제안하기도 했다.

1999년 옐친의 경고

그러나 미국은 오히려 나토를 동쪽으로 확장하는 쪽으로 나아갔다. 이는 결국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이 됐다. 나토 동진 확장에 대한 러시아의 반발이 커지자, 1990년대 빌 클린턴 행정부는 소련과 국경을 마주한 나토 회원국인 노르웨이의 전례에 따라 외국군과 핵무기 배치를 금지한 ‘스칸디나비아 모델’을 동유럽 국가나 옛 소련 국가들에 적용하려 했다. 그에 따라 ‘평화를 위한 동반자’(PfP) 프로그램을 1994년에 만들어 이들 국가를 가입시켰다. 그해 11월 중간선거에서 나토 확장을 공약으로 내건 공화당이 승리하자, 결국 클린턴 대통령은 선거 직후인 12월 나토를 동유럽으로 확장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반대하던 윌리엄 페리 국방장관은 사임했다.

1999년 3월 마침내 폴란드·체코·헝가리가 가입하면서, 나토의 본격적인 동진 확장은 시작됐다. 11월 터키(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에서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유럽은 유럽인들이 처리하게 해야 한다”며 나토가 러시아에 근접하는 것을 강력히 비난했다. 그는 회담장을 나서며 블라디미르 푸틴이 후계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토 확장으로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을 마다치 않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등장한 배경이기도 하다. 푸틴은 동진해오는 나토 확장에 맞서기 위해 2008년 조지아 전쟁을 일으켰고 2014년 크림반도를 합병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감행했다.

유럽의 안보를 강화하겠다는 나토 확장은 전후 유럽 안보의 최대 위기인 우크라이나 전쟁의 배경이 됐다. 확장된 나토에선 미국과 서유럽 동맹국 사이의 균열에 더해 기존 회원국과 새로 가입한 동유럽 회원국 사이의 갈등까지 겹치고 있다. 오르반 빅토르 총리의 헝가리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반대하며 친러 성향을 보인다. 새로 선임해야 할 사무총장을 놓고 동유럽 국가들은 이제 자신들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나, 미국이나 서유럽 국가들로서는 양보할 문제가 아니다. 서유럽이 미는 마르크 뤼터 전 네덜란드 총리가 오는 5월 체코 프라하 외교장관 회의에서 순탄하게 수용되지 않는다면 나토의 균열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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