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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위기 수준의 원화 가치 급락…‘해외 투자·저성장’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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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5-11-24 18:54 조회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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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1500원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원화 가치가 과거 경제 위기가 닥쳤을 때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막대한 규모의 해외 투자 쏠림이 구조적인 환율 상승 압력이 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초 1400원대에 진입한 뒤 가파르게 올라 한달반 만에 1470원대로 치솟았다. 미국의 관세 압박이 시작된 지난 4월 초 연고점(1484.1원) 수준에 근접했다. 올 하반기 달러 강세 추세 속에 아시아 통화 전반이 약세이긴 하지만, 원화의 하락세가 상대적으로 훨씬 가파르다. 올 하반기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2.8% 상승했는데, 같은 기간 원화 가치는 8.1% 하락했다. 일본 엔화(-7.8%)보다도 하락 폭이 크다.

최근의 환율 급등은 외국인의 급격한 국내 시장 이탈과 엔저 동조화가 주된 이유로 지목된다. 이달 들어 21일까지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은 12조7000억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지난 21일 하루에는 일일 역대 최대 규모인 2조8000억원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엔-달러 환율도 157엔대로 올라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하지만 현재 달러지수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고물가에 대응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2022년 초(112)에 견줘보면 그리 높은 수준이 아니다. 당시에도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지만 고점(1440원)은 지금보다 낮았다. 달러지수가 90~110대를 오가는 사이 원-달러 환율은 계속 저점을 높이며 추세적으로 상승했다. 최근 5년간 달러지수가 8.58% 오르는 동안 원-달러 환율은 32.9%나 올랐다. 달러 강세 변수만 보면 원화의 약세 폭이 과도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2020년 이후 급격한 해외 투자 증가가 환율 상승의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진단한다. 경상수지 흑자와 외국인 투자로 국내 유입되는 달러보다 해외 투자를 위한 내국인의 달러 환전 수요가 훨씬 커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미국 경제가 고성장기(미국 예외주의)를 맞자 국내 기업과 개인의 해외 투자는 가파르게 증가했다. 작년 말 기준 우리나라 대외금융자산(직접투자+증권투자) 잔액은 2조970억달러로 최근 4년간 36% 급증했다. 연간 1400억달러, 약 200조원 넘는 돈을 해외에 투자했다는 얘기다. 반면, 외국인의 국내 투자(대외금융부채) 잔액은 4년 새 829억달러 줄었다.

최근 환율 급등은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매와 내국인의 미국 주식 매입으로 달러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과장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내국인의 해외 투자 규모는 이미 무역수지 흑자(달러 유입) 규모를 넘어섰다. 신한은행 분석을 보면, 최근 4년간 내국인의 해외 투자가 100억달러 증가할 때 원-달러 환율은 약 13~14원 상승했다. 정용택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 투자는 계속 늘어나고 국내 투자 유입은 지지부진한 상황이 지속되면 수급 측면에서 환율 상승 압력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환율은 물가와 금융 경로를 통해 실물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기업들의 원재료 및 중간재 수입 비용을 증가시켜 경영 환경을 악화시키고, 물가 상승은 소비를 위축시켜 내수를 압박할 수 있다. 소비자물가 선행지표인 수입물가는 고환율 영향으로 넉달째 상승세다. 고환율·고물가는 금리를 낮추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해 통화정책에도 제약이 된다.

통상 대외금융자산이 늘면 국가의 지급 능력과 대인 신인도를 높인다. 최근 고환율은 우리 경제와 외환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주된 요인이라는 점에서 국가 신용과 부채 위기의 신호로 보긴 힘들다. 과거 외환 유출입은 기업과 외국인을 중심으로 달러 쏠림이 발생해 경제에 충격을 줬지만, 개인들의 해외 투자는 대규모로 일시에 움직이지 않아 완충 역할을 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투자자의 해외투자 자산이 늘며 선진국형 외환시장 구조가 자리 잡았다. 과거에는 환율 상승이 대외 부채 상환 부담으로 신용 위기를 초래했지만 지금은 대외 순자산국으로서 환율 변동이 경제위기로 이어지지는 않는 구조”라고 진단한 바 있다.

몇몇 선진국의 경우 고령화와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제조와 수출을 자본과 금융이 대신하면서 추세적으로 자국 통화 가치가 하락하는 양상을 보인다. 한국 역시 비슷한 경로를 겪게 될지도 주목된다. 한국의 전세계 수출 비중은 2.7% 수준으로 점진적인 하락세다. 소재용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의 경우 수출 비중이 떨어질 때마다 엔화 가치는 한 단계씩 하락했다. 외국인의 국내 투자가 많다면 이야기는 달라지지만 나가는 돈(투자)이 더 많으면 환율은 상승 압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고환율은 성장 둔화의 한 징표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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